
몬세라트.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솔직히 별 기대 없었어요. 바르셀로나에서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수도원이라고 해서, 뭐 그냥 오래된 건물 하나겠거니 했거든요. 근데 실제로 가보니까 완전히 달랐어요. 산 자체가 수도원이라는 느낌? 뭐랄까, 건물이 산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산이 건물을 감싸고 있다는 인상이 더 정확해요. 서울 용산 해방촌에 살면서 북한산을 자주 보는 사람으로서, 저 나름대로 산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몬세라트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이 글은 서울에서 출발해서 몬세라트까지 가는 모든 과정을 (제가 실제로 헤맨 부분 포함해서) 정리한 가이드예요.

몬세라트 수도원, 어떻게 생겨난 곳인가
880년경. 목동들이 빛과 노래 소리를 따라가다가 동굴에서 검은 성모 마리아 조각상을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그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아마 전설적인 요소가 꽤 가미됐을 거예요, 확인 필요하지만, 11세기에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정식으로 설립되면서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된 건 사실이에요.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몬세라트는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니에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 정권이 카탈루냐어를 금지했을 때도 이 수도원에서만큼은 카탈루냐어 미사가 계속 진행됐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도 카탈루냐 독립운동 지지자들이 이곳을 성지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고요. 종교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저항의 공간. 이중적인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거예요. 수도원 내부에는 지금도 약 80명의 수도사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데 (관광객이 하루 수천 명씩 오는 와중에 어떻게 집중이 되는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현실적인 공존이 오히려 이 공간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줘요.

서울에서 어떻게 가나
일단 바르셀로나까지 가야 해요. 서울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까지 직항은 없어요. 보통 파리 샤를드골이나 암스테르담 스키폴을 경유하는 루트가 많고, 총 비행시간은 경유 포함 14-17시간 정도. 바르셀로나 도착 후 몬세라트까지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역(Estació de França 아니고 Plaça Espanya 역이에요, 헷갈리지 마세요)에서 FGC 열차 타고 모니스트롤 데 몬세라트(Monistrol de Montserrat)역까지 약 1시간. 거기서 산악 열차인 크레마예라(Cremallera)로 갈아타면 수도원 바로 앞까지 올라가요. 두 번째는 같은 FGC 열차를 타고 아에리 데 몬세라트(Aeri de Montserrat)역에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는 방법. 저는 올라갈 때 크레마예라, 내려올 때 케이블카를 이용했는데, 솔직히 케이블카 쪽이 뷰가 훨씬 극적이에요. 근데 바람이 강한 날에는 케이블카가 운행 중단될 수 있으니 유의. 바르셀로나에서 몬세라트 왕복 교통비는 토트 몬세라트(Tot Montserrat) 패키지 기준 약 €49 (2024년 기준, 아마 인상됐을 수 있어요, 확인 필요). 한화로 대략 7만 원 초반대.
뭐가 그렇게 특별한가

산 모양 자체가 달라요. 뾰족뾰족하게 솟은 기암괴석들이 수도원을 에워싸고 있는데, 지질학적으로는 약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역암층이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형태라고 해요. '몬세라트'라는 이름 자체가 카탈루냐어로 '톱니 모양의 산'이라는 뜻이에요.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라 모레네타(La Moreneta)', 그 검은 성모 마리아 조각상이 있어요. 12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조각상에 손을 뻗어 구슬 부분을 만질 수 있게 되어 있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요. 제가 갔을 때는 09:23쯤 도착했는데 이미 줄이 꽤 길었어요.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에스콜라니아(Escolania) 소년 합창단이에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합창단 중 하나로, 매일 13:00 (일요일은 12:00) 미사 때 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저는 일정이 안 맞아서 놓쳤거든요. 근데 유튜브에서 찾아보고 나서 엄청 후회했어요. 다음에 가면 이 합창단 스케줄 먼저 확인하고 날짜 잡을 것 같아요. 수도원 주변으로는 트레킹 코스도 있어요. 산타 코바(Santa Cova)로 내려가는 코스(왕복 약 1시간)와 산 조안(Sant Joan) 봉우리까지 올라가는 코스(왕복 약 2-3시간)가 대표적인데, 체력 배분을 잘못하면 내려오는 케이블카 막차 놓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해요 (저는 아슬아슬하게 탔습니다).
입장료와 가격 정보

수도원 자체 입장은 무료예요. 근데 사실상 돈 쓸 곳이 많아요. 몬세라트 박물관(Museu de Montserrat) 입장료는 성인 기준 €8 (한화 약 11,500원). 엘 그레코, 피카소, 카라바조 작품들이 있어서 의외로 알찬 편이에요. 산타 코바까지 내려가는 푸니쿨라 왕복은 약 €5.40 (약 7,800원). 산 조안 봉우리 푸니쿨라 왕복은 €12 (약 17,300원). 음식 가격은 수도원 내 레스토랑 기준 세트 메뉴가 €22 정도였는데 (맛은... 뭐 평범해요, 관광지 음식이니까), 바르셀로나 시내보다는 당연히 비싸요. 기념품샵에서 파는 수도원 자체 제작 리큐르 '아리삿세스(Arissasses)'는 €12-15 선. 저는 두 병 샀어요. 한국 들어올 때 세관 걱정했는데 1인당 면세 한도 내면 괜찮아요. 몬세라트 꿀(Mel de Montserrat)도 파는데 €8.50, 실제로 맛있어서 추천해요.
실용적인 팁들
첫째, 최대한 일찍 가세요. 바르셀로나 에스파냐 역에서 08:36 첫차를 타면 오전에 여유 있게 움직일 수 있어요. 오후 2시 이후에는 관광버스 단체 손님들이 몰려서 라 모레네타 줄이 엄청 길어져요. 둘째, 날씨 꼭 확인하세요. 산 위라 안개가 자주 껴요. 제가 갔을 때 오전에는 맑았다가 오후에 갑자기 시야가 거의 제로가 됐어요. 뷰를 보러 갔다면 오전에 다 봐두는 게 좋아요. 셋째, 물은 미리 사가세요. 수도원 내 매점 물 가격이 시내보다 비싸요 (€2 이상, 약 2,900원 이상). 넷째, 복장. 성당 안은 반바지나 민소매 입으면 입장 거부될 수 있어요. 여름에 가신다면 얇은 가디건 하나는 챙겨야 해요. 다섯째, 와이파이. 수도원 내부는 연결이 불안정해요. 중요한 정보는 미리 스크린샷으로 저장해두는 게 나아요. 서울 기준으로 한국 통신사 로밍 쓰는 분들은 스페인에서 데이터 소모가 꽤 빨리 되니까 하루 요금제 잘 확인해두세요. 참, 한국어 가이드 투어는 공식 수도원 측에서 제공하지 않아요 (아마 그럴 거예요, 확인 필요).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없는 것 같았고, 영어나 스페인어 자료를 활용해야 해요.
몬세라트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 안에서 바르셀로나 평야가 눈 아래로 펼쳐지는 걸 보면서 저는 이상한 생각을 했어요. 서울 용산에서 북한산을 올려다보는 것과, 여기 산 위에서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하고요. 산이 신성해지는 게 풍경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산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 때문인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