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사람이 전주에 간 이유
솔직히 말하면, 전주는 제 버킷리스트에 없었어요.
부산에 살면서 회 먹고 바다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작년 11월에 친구 따라 어쩌다 갔다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전주는 뭐랄까, 부산과는 완전히 다른 결의 도시예요. 바다 대신 기와지붕이 있고, 횟감 대신 비빔밥이 있고. 근데 그게 또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합니다).
이 글은 전주를 처음 가는 분들, 특히 예산이 얼마나 들지 감이 안 잡히는 분들을 위해 씁니다. 제가 실제로 쓴 돈, 아꼈어야 했던 돈, 그리고 그냥 쓰길 잘했다 싶은 돈을 다 털어놓을게요.
## 전주까지 가는 데 얼마 들어요?
교통비부터 시작해야죠.
부산에서 전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예요. KTX 타고 익산 환승하는 루트가 있고, 고속버스로 바로 전주까지 가는 루트가 있어요. 저는 두 번 다 방법이 달랐는데 솔직히 비교해드릴게요.
**KTX + 환승 루트**: 부산역에서 KTX 타고 익산까지 약 1시간 20분, 거기서 전라선 무궁화호로 갈아타면 전주까지 30분 추가. 총 이동 시간은 약 2시간이고 비용은 편도 약 38,000원~42,000원 (시즌이나 좌석에 따라 다름). 빠르긴 한데 환승이 번거롭긴 해요.
**고속버스 루트**: 부산 노포터미널에서 전주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약 2시간 30분~3시간. 요금은 편도 18,500원~22,000원 선. 시간은 더 걸리지만 갈아탈 필요가 없어서 저는 이게 더 편했어요 (짐 있을 때 특히). 심야 우등버스는 조금 더 비싸지만 좌석이 넓어서 괜찮아요.
전주 시내 교통은 버스가 메인이에요. 한옥마을 근처는 1000번대 시내버스로 대부분 해결되고요, 기본요금 1,300원. 근데 한옥마을 자체가 걸어다니기 좋은 구조라서 숙소만 잘 잡으면 교통비 거의 안 써요.
## 숙박비: 범위가 꽤 넓어요
전주 숙박은 선택지가 많아서 오히려 고민이 생겨요.
**저예산 (1박 2만원대)**: 전주 한옥마을 주변 게스트하우스나 도미토리. 경기전 근처에 4인실 도미토리가 22,000원~28,000원 수준으로 있어요. 시설은 뭐 기대하면 안 되고요 (샤워 순서 경쟁 있음), 위치는 진짜 좋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한옥마을 새벽 산책 바로 나갈 수 있어요.
**중간 예산 (1박 6만~10만원)**: 한옥 스타일 게스트하우스나 펜션이 이 구간에 많아요. 제가 묵었던 곳은 태조로 근처 한옥 2인실이 1박 75,000원이었는데, 아침 죽이 포함돼 있었어요. 이 정도면 전주 감성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어요.
**여유 있게 (1박 15만원 이상)**: 전주 한옥마을 내 프리미엄 한옥 숙소들은 1박에 150,000원~250,000원도 해요. 독채 한옥인 경우 그 이상도 있고요. 솔직히 부럽긴 했어요. 마당에서 아침 먹는 사진 보면 참.
## 음식값: 여기가 핵심이에요
전주에서 먹는 데 돈을 아낀다는 건 좀 아이러니해요. 왜냐면 전주 음식 자체가 가성비가 있거든요.
전주 비빔밥 한 그릇이 유명 식당 기준 12,000원~15,000원이에요. 처음 봤을 때는 비싸다 싶었는데, 나오는 반찬 수랑 양 보면 오히려 저렴한 편이에요. 반찬이 기본 10가지 넘게 나와요. 부산에서 백반 먹는 느낌인데 스케일이 좀 달라요.
**콩나물국밥**은 아침 메뉴로 진리예요. 7,000원~9,000원 선인데 뚝배기에 나오는 국밥에 육전이나 모주(전주 전통주) 곁들이면 완벽한 아침이에요. 저는 08:47분에 남부시장 근처 국밥집에서 먹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요 (아, 모주가 아침부터 꽤 셌음).
**한옥마을 간식 거리**는 솔직히 함정이에요. 초코파이 크로플, 딸기 아이스크림, 전주 특산 뭔가들... 하나하나는 2,000원~5,000원인데 걸으면서 사다 보면 20분에 15,000원 쓰는 거 일도 아니에요. 저는 딱 세 가지만 사겠다고 마음먹고 들어갔는데 결국 다섯 개 샀어요 (의지력 부족).
**저녁 식사**는 전주 막걸리 골목이 있어요. 남부시장 근처나 삼천동 방향으로 가면 막걸리 한 주전자에 안주 몇 가지 세트가 15,000원~20,000원 수준이에요. 테이블마다 알아서 안주 더 가져다주는 문화가 있어서 (전주식 서비스)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요.
## 입장료와 체험비용: 생각보다 적어요
**경기전** 입장료: 3,000원. 조선 태조 이성계 어진 모신 곳이에요. 근데 한옥마을 전체를 돌아다니는 건 입장료 없어요.
**전동성당** 같은 명소들도 무료입장이 많고요.
체험 프로그램은 종류가 엄청 많아요. 한지 공예 체험이 10,000원~15,000원, 한복 대여가 2~3시간에 15,000원~20,000원, 전통주 빚기 체험이 20,000원 이상. 다 하면 금방 돈이 나가지만, 하나만 골라서 해도 충분히 전주 감성 얻어갈 수 있어요. 저는 한복 대여만 했는데 사진 건졌어요 (만족).
## 예산별 총 정리 (2박 3일 기준)
자, 이제 본론이에요.
**저예산 여행자 (총 15만원~20만원)**: 고속버스 왕복 37,000원 +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 2박 50,000원 + 식비 하루 15,000원~20,000원으로 잡으면 3일치 50,000원~60,000원 + 입장료·간식 15,000원 = 대략 15만원~16만원 선에서 가능해요. 이게 진짜 먹고 자고 구경만 하는 최소 비용이에요. 아마 이보다 더 아끼는 분도 있겠지만 전 이 아래로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중간 예산 여행자 (총 30만원~40만원)**: 고속버스 왕복 37,000원 + 한옥 게스트하우스 2박 150,000원 + 식비 여유 있게 하루 30,000원~40,000원 = 3일치 100,000원 + 체험 1~2가지 30,000원 + 간식·쇼핑 20,000원 = 약 33만원~35만원. 이 구간이 가장 전주다운 여행을 할 수 있는 범위예요. 음식도 제대로 먹고, 한옥 숙소 경험도 하고.
**여유 있게 (총 60만원 이상)**: KTX 왕복 76,000원~84,000원 + 프리미엄 한옥 2박 300,000원~500,000원 + 유명 식당 비빔밥·한정식 코스 포함하면 식비만 하루 50,000원 이상 + 체험·쇼핑까지. 이렇게 되면 60만원 쉽게 넘어가요. 근데 이 정도 쓰면 전주를 제대로 누린다는 느낌은 확실히 온대요 (옆에서 봤을 때 부러웠음).
## 어디서 아끼고 어디서 쓸까
**아껴도 되는 것들**: 교통은 고속버스로 충분해요. 한옥마을 관광은 걸어다니면 되고요. 한옥마을 입구 근처 편의점이나 남부시장 안 먹거리가 관광지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요. 기념품은 시장 안에서 사는 게 반값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해요.
**쓰는 게 맞는 것들**: 식사는 아끼지 마세요. 전주까지 와서 편의점 밥 먹는 건 좀 아깝잖아요. 비빔밥 한 그릇, 콩나물국밥 한 그릇, 막걸리 한 판 정도는 그냥 경험값으로 지불하는 게 맞아요. 숙소도 하루만이라도 한옥 스타일로 자보는 거 추천해요. 그게 전주 여행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아쉽게도 함정인 것들**: 경기전 입구 앞 관광지 식당들은 비슷한 메뉴를 200~300미터만 걸어가면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요. 그리고 한옥마을 한복판 카페들은 아메리카노가 7,000원~8,500원인 경우도 있어요 (제가 그냥 시켰는데 나중에 후회했어요).
## 마지막으로
전주는 생각보다 돈이 적게 드는 여행지예요.
근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디에 돈을 쓰냐인 것 같아요. 관광지 한복판 8,500원짜리 아메리카노 대신 시장 골목 3,500원짜리 모주 한 잔 마시는 게 훨씬 전주답고, 기억에도 남아요 (실제로 저는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여러분은 전주에서 뭘 제일 먹어보고 싶어요? 저는 다음에 가면 한정식 코스 제대로 한 번 먹어보려고 하는데, 그게 얼마짜리인지 아직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어요. 혹시 전주 한정식 먹어본 분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진짜 궁금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