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는 '그냥 한번 가보는 곳'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래 제주도를 얕봤어요.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너무 가깝고, 너무 많은 사람이 '좋았다'고 하고, 인스타그램에는 항상 같은 유채꽃 사진이 돌아다니고. 뭐랄까, 어딘가 '국내 여행의 기본값'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근데 지난봄, 성수동 카페 팝업 취재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생긴 사흘짜리 공백에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끊었어요. 편도 49,900원짜리, 이른 아침 7시 15분 출발 편.
그리고 완전히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제주도는 면적 1,846㎢, 2024년 기준 인구 약 70만 명. 숫자만 보면 그냥 '큰 섬'인데, 막상 가보면 이 섬이 얼마나 다른 밀도로 작동하는지 느끼게 됩니다. 서울처럼 빠르지 않고,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아요. 그냥... 다른 속도예요. (설명하기가 어렵다. 가봐야 알 것 같은 종류의 감각입니다.)
이 기사는 제주도 '전체 정보'를 담은 글이 아니에요. 제가 실제로 겪고, 보고, 먹고, 실망하고, 다시 좋아진 것들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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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주 공항에서 렌터카 없이 버티는 법 (그리고 그 한계)
렌터카가 없으면 제주도를 제대로 못 본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제주 국제공항에서 나오면 바로 렌터카 업체 셔틀 줄이 20개는 되는 것 같아요. 가격은 경차 기준 하루 35,000원에서 시작하는데, 성수기(7~8월, 설·추석 연휴)에는 거의 두 배로 뛰어요. 제가 갔던 4월 중순은 비성수기여서 하루 42,000원짜리 소형차를 빌렸는데, 아마 5월 연휴엔 그 가격이 안 될 거예요. (확인 필요)
근데 만약 렌터카 없이 다닌다면?
제주 시내, 그러니까 제주 시청·탑동·칠성로 일대는 버스로 충분해요. 간선버스 1번, 2번, 360번 노선이 공항부터 시내 주요 지점을 연결하고, 기본 요금은 1,200원. 서울 지하철보다 싸요. 근데 문제는 서귀포나 동쪽 해안(성산, 구좌 쪽)으로 넘어가면 버스 배차 간격이 40분에서 1시간이에요. 기다리다 지쳐서 결국 택시 잡게 되는데, 공항에서 성산일출봉까지 택시 타면 4만 원 이상 나와요. 그러면 그냥 렌터카 빌리는 게 낫죠.
결론은 아니고, 제 생각은: 이틀 이상이면 렌터카, 제주 시내만 하루 본다면 버스와 걸어 다니기로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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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주 동쪽: 성산과 구좌, 어느 쪽을 먼저 갈까
성산일출봉.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입장료 5,000원. 올라가는 데 왕복 한 시간. 정상에서 보이는 분화구는, 뭐랄까, 사진으로는 절대 안 담겨요. 진짜로. 저는 오전 8시 47분에 정상에 도착했는데 안개가 살짝 깔려 있어서 분화구 안쪽이 반만 보였어요. 아쉬웠냐고요? 오히려 그 반이 더 좋았어요. 다 보여야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사진 찍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달까요.
근데 솔직히 성산보다 제가 더 오래 머문 곳은 구좌읍 세화리예요.
세화민속오일장(매달 5일·10일·15일·20일·25일·30일)이 서는 날 가면, 제주 할머니들이 직접 딴 돌미역 한 묶음에 3,000원. 커피 한 잔이 3,500원인 카페 바로 옆에서요. 시간이 다른 두 세계가 한 블록 안에 공존하는 느낌이에요. 세화 해변에는 요즘 작은 카페들이 꽤 생겼는데, 제가 들어간 곳은 테이블 네 개짜리 공간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이 4,500원이었어요. 이름은 적지 않을게요. 너무 알려지면 분위기 달라질 것 같아서. (이런 이유로 안 적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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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주 서쪽: 애월, 그리고 협재 해변의 진짜 색깔
애월읍은 이미 '핫한 동네'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알려져 있어요.
해안도로를 따라 카페가 줄지어 있고, 주말엔 주차 전쟁이에요. 근데 그 안에서도 찾으면 찾아지는 게 있어요. 저는 애월 구시가지, 그러니까 해안도로에서 살짝 안쪽으로 들어간 골목에서 오래된 정육점 옆에 있는 작은 빵집에 우연히 들어갔어요. 크림치즈 소보로 2,800원. 오전 10시에 이미 네 종류밖에 안 남아 있었어요. 참, 현금만 받아요.
협재 해변. 제주에서 바다색이 가장 예쁜 곳 중 하나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저는 동의해요. 근데 그 색깔, 오후 2시랑 오전 8시가 완전히 달라요. 늦은 오후에는 광량이 바뀌면서 파란색이 초록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치면 아쉽더라고요. 참고로 협재 해수욕장 입구 주차비는 1,000원 (소형 기준), 여름엔 혼잡하니까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해요.
비양도 배편이 협재 선착장에서 출발하는데, 왕복 10,000원. 섬에서 섬으로 가는 거니까 저는 그냥 지나쳤는데, 그게 좀 후회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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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주 음식: 흑돼지, 갈치, 그리고 아직도 모르는 것들
제주 음식 이야기를 빼면 제주 기사가 아니죠.
흑돼지 구이. 제주시 연동 쪽 식당들이 밀집해 있는데, 1인분(200g) 기준 18,000원에서 25,000원 사이예요. 서울 이태원 고깃집이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비싼 수준. 근데 맛이 달라요. 지방이 다른 방식으로 녹아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직접 먹어봐야 해요.)
갈치조림은 서귀포 올레시장 근처 식당에서 먹었는데, 2인 기준 38,000원. 갈치 크기가 서울에서 먹던 것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커요. 뼈 사이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있어요.
근데 솔직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편의점에서 샀던 제주 감귤 젤리예요. 1,200원. 왜 이게 제일 생각나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가격 대비 기쁨의 효율 때문이지 않을까요.
제주 음식 중에 아직 못 먹어본 게 너무 많아요. 고사리육개장, 전복죽, 몸국. 다음에 가면 꼭 먹겠다고 매번 생각하는데, 매번 흑돼지로 끝나고 있어요. 이게 제주 음식의 구조적 문제인지 제 의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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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주에서 카페 고르는 나만의 기준
카페 이야기 없이 제가 제주 기사를 쓸 수는 없어요.
제주엔 카페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감각적인 공간도 많고, SNS용으로만 설계된 것 같은 공간도 많아요. 저는 보통 세 가지를 봐요.
첫째, 창문이 크고 자연광이 들어오는가. 둘째,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의 가격이 6,000원 이하인가 (7,000원 넘어가면 왜인지 기분이 이상해짐). 셋째, 배경음악이 너무 크지 않은가.
이 세 가지를 다 만족한 곳을 제주에서 두 곳 발견했어요. 하나는 제주시 삼도동 골목 안쪽에 있었고, 하나는 서귀포 보목동 바다 근처였어요. 둘 다 아메리카노 5,000원. 둘 다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가 가장 좋은 자연광이었고, 둘 다 인스타그램에 거의 없었어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 카페들에 대해 너무 자세히 쓰고 싶지 않아요. 글로 써놓으면 뭔가 달라질 것 같은 기분. (이게 크리에이터로서의 모순인 건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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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에 제주 갈 때 저는 뭘 다르게 할까요
세 군데를 못 갔어요.
비자림로 삼나무 숲. 한림읍 금오름. 그리고 우도.
특히 우도는 제주에서 배로 15분 거리인데, 매번 '나중에'라고 미루다 또 못 갔어요. 우도의 땅콩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저는 아직 못 먹어봤어요. 4번이나 제주에 갔는데. 이게 여행에서 매번 '다음 이유'를 남겨두는 저만의 방식인지, 아니면 그냥 게으른 건지.
여러분은 제주에 갔을 때, '다음에 가면 꼭 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또 못 한 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