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내가 건국대 입학할 때 '대학교가 이렇게 오래된 기관이구나'라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했어요. 그냥 4년 다니고 졸업하면 되는 곳이라고만 생각했죠. 근데 어느 날 파리의 소르본 대학교 앞을 혼자 걸으면서 이 건물이 1257년에 세워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서울 전체 역사보다 오래된 학교가 지금도 수업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에요. 인류가 지식을 체계화하려고 했던 첫 번째 시도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공간이에요. 이 글에서는 그 역사적 기관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서울에서 이 주제로 여행을 기획할 때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커피 한 잔 (저는 오늘 세 번째 잔을 마시면서 쓰고 있어요) 들고 읽어보세요.
기원: 대학교의 탄생은 어디서?

'세계 최초의 대학교'를 검색하면 여러 이름이 나와요. 논쟁이 있어요, 아직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모로코의 **알-카라위인(Al-Qarawiyyin)**이에요. 859년에 설립됐고, 유네스코와 기네스북이 세계 최초의 대학교로 인정했어요. 근데 여기서 잠깐 — 859년이면 신라가 아직 존재하던 시기예요. 그 시절에 이미 모로코 페스에서는 체계적인 고등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예요.
두 번째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이집트 카이로의 **알-아즈하르(Al-Azhar)**예요. 970년 설립. 지금도 운영 중이고,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 기관 중 하나예요.

유럽으로 넘어오면 **볼로냐 대학교(University of Bologna)**가 있어요. 1088년 설립. '서양 최초의 대학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죠.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고, 지금도 약 8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에요. 뭐랄까, 건물 자체가 교과서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 다음이 **옥스퍼드(1096-1167년경)**와 **파리 대학교(1150년경)**예요. 제가 파리에서 직접 걸어봤는데, 라탱 지구(Quartier Latin) 골목골목에서 여전히 학생들이 바게트 들고 뛰어다니는 걸 보면 시간이 참 묘하게 겹쳐 보여요.

아시아권에서는 **나란다(Nalanda)**가 빠질 수 없어요. 인도 비하르주에 있던 이 불교 교육 기관은 5세기경 설립돼 7세기에 전성기를 맞았어요. 현장법사가 여기서 공부했고, 신라 승려 혜초도 인연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확인 필요). 지금은 유적지만 남아 있지만, 2014년에 나란다 국제 대학교로 부활했어요.
서울에서 이 역사를 어떻게 만날 수 있나?

서울에 살면서 모로코나 이탈리아에 당장 날아갈 수는 없잖아요. 근데 서울에서도 이 주제에 닿을 수 있는 방법들이 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서빙고로 137번지, 이촌역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8분). 중세 이슬람 문명과 불교 교육 문화를 다루는 상설 전시가 있어요. 특히 이슬람 문명 섹션에서 알-카라위인이나 알-아즈하르의 문화적 배경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입장료 성인 기준 무료 (특별전은 별도).
**성균관(成均館)**은 놓치면 아쉬워요. 종로구 명륜동에 있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도보 약 10분. 1398년에 설립된 조선의 최고 교육 기관이에요. 볼로냐 대학교보다는 젊지만, 600년이 넘은 거잖아요. 지금도 성균관대학교가 이 전통을 이어받고 있어요. 솔직히 이 정원을 거닐면 뭔가 묘한 경건함이 생겨요. 관람 시간은 보통 09:00-18:00이고, 입장료는 어른 기준 1,000원 (아마 그럴 거예요, 확인 필요).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근처 카페에 앉아 중세 대학교 관련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에요. 제가 해방촌에 살아서 자주 가는 카페인데, 이런 묵직한 주제의 책 읽기에 의외로 좋은 동네예요.
이 대학교들이 특별한 이유
왜 이 오래된 대학교들이 아직도 의미가 있냐고요?
첫째, **연속성**이에요. 알-카라위인은 1,16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문을 닫지 않았어요. 전쟁, 역병, 기근 — 그 모든 걸 버텨냈어요. 볼로냐도 마찬가지고. 이건 그냥 건물이 오래된 게 아니에요. 지식 전수의 체인이 끊기지 않았다는 거예요.
둘째, **다양성의 기원**이에요. 볼로냐 대학교는 처음에 법학에 특화됐고, 알-카라위인은 이슬람 신학과 언어학이 중심이었어요. 전혀 다른 문명권에서, 전혀 다른 필요로 인해 대학이라는 형태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다는 게 흥미롭지 않아요?
셋째, **여성의 역할**이에요. 알-카라위인을 설립한 사람은 **파티마 알-피흐리(Fatima al-Fihri)**라는 여성이에요. 9세기에. 이게 최근에야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저는 이 사실이 너무 좋아요. 뭔가 역사를 다시 보게 만드는 디테일이에요.
옥스퍼드의 경우, 12세기에 영국 학자들이 파리에서 쫓겨나면서 (이유는 복잡해요) 영국으로 돌아와 세운 게 시작이에요. 나란다는 국제 학생들을 받았는데,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에서 온 학자들이 함께 공부했어요. 지금의 교환학생 제도를 1,500년 전에 이미 한 셈이에요.
방문 정보와 비용
직접 이 대학교들을 방문하려면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해요.
**볼로냐 대학교 (이탈리아)**: 캠퍼스 자체는 도시 곳곳에 퍼져 있어서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어요. 볼로냐 센트럴역에서 도보 15분 이내. 아르키진나시오(Archiginnasio) 도서관 입장료 약 3유로 (한화 약 4,500원 내외, 환율 변동 있음). 볼로냐 자체가 음식의 도시라 먹는 것도 빠질 수 없어요. 탈리아텔레 알 라구 한 그릇 기준 12-15유로.
**알-카라위인 (모로코 페스)**: 비무슬림은 내부 입장이 제한적이에요. 외부 골목에서 문 너머로 볼 수 있는 정도. 페스 메디나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어요. 서울-카사블랑카 직항은 없고, 경유 포함 항공권 보통 130만원-200만원 선 (시즌 따라 다름).
**성균관 (서울, 종로구)**: 앞서 언급했듯 혜화역 4번 출구. 입장료 저렴하고, 근처에 낙산공원 올라가는 코스로 연결하면 반나절 코스로 딱이에요. 근처 카페 아메리카노 한 잔 평균 5,500-6,000원.
**나란다 유적지 (인도 비하르주)**: 파트나 공항에서 차로 약 2시간. 입장료 인도인과 외국인 차이 있고, 외국인 기준 약 600루피 (한화 약 9,500원). 가는 길이 쉽지 않아요. 참, 델리에서 파트나까지 국내선 1시간 정도.
인천공항에서 출발 기준으로,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건 역시 유럽 노선이에요. 인천-볼로냐는 직항 없고, 보통 로마나 밀라노를 경유해요. 항공권 왕복 100만원-160만원 (프로모션 잡으면 더 싸게 가능).
실용 팁: 떠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몇 가지 솔직한 팁이에요.
**타이밍**이 중요해요. 볼로냐 대학교는 9월 개강 시즌에 맞춰 가면 실제 학생들이 캠퍼스에 넘쳐서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반대로 7-8월 여름방학 시즌은 좀 한산해요. 페스의 알-카라위인은 라마단 기간을 피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서).
**사전 조사는 필수**예요. 특히 알-카라위인은 일반 관광객 접근이 제한돼 있어서, 현지 가이드 투어를 미리 예약하는 게 훨씬 나아요. 페스 메디나에서 혼자 돌아다니면 미로 같아서 길 잃기 쉬워요 (저도 한 번 길 잃었는데, 그게 또 재밌기는 했어요).
**책 한 권 챙기기**. 출발 전에 해당 대학교의 역사를 다룬 책을 한 권 읽고 가면 체감이 완전히 달라요. 저는 파리 소르본 근처를 걸을 때 사전에 중세 유럽 대학의 역사를 읽고 갔는데,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네'가 아니라 '여기서 어떤 논쟁이 오갔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서울에서 예열하기**. 성균관을 먼저 방문해보는 걸 강력 추천해요. 조선의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면, 다른 문명의 고등 교육 기관을 바라볼 때 비교점이 생겨서 훨씬 흥미롭게 볼 수 있거든요.
그나저나 — 859년에 설립된 대학이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나요? 제가 건국대 다닐 때 '전통'이라는 게 기껏해야 수십 년짜리였는데, 1천 년이 넘는 지식의 흐름 앞에 서면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것들이 100년 후에도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