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 사람이 '섬'을 생각할 때

솔직히 말할게요.
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저한테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주제는 처음에 좀 멀게 느껴졌어요. 그린란드? 뉴기니? 뭔가 지리 교과서에서 봤던 이름들이잖아요. 근데 작년 여름, 친구들이랑 을숙도 근처 카페에서 멍하니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부산 사람들은 섬이랑 엄청 가까이 살면서 정작 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오전 11시쯤이었을 거예요 (아마 11시 20분 전후, 커피 두 잔째를 마시던 타이밍). 테이블 위에 핸드폰 놓고 검색을 시작했죠. 세계 섬 크기 순위. 그게 이 글의 시작입니다.
## 세계 최대 섬 순위, 일단 정리부터

숫자로 먼저 가봅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섬 1위는 그린란드(Greenland)예요. 면적 약 2,166,086km². 이게 얼마나 큰 거냐면, 대한민국 전체 면적(약 100,210km²)의 21배가 넘어요. 21배. 부산광역시(약 770km²) 기준으로는... 계산하기도 무섭네요.

2위는 뉴기니(New Guinea)섬, 약 785,753km². 인도네시아와 파푸아뉴기니가 나눠 갖고 있죠. 3위 보르네오(Borneo), 약 748,168km²는 제가 방콕 콘서트 투어 갔을 때 말레이시아 경유하면서 지도로만 봤던 그 섬이에요 (실제로 내려가진 못했고, 언젠간 꼭 가보고 싶어요). 4위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약 587,041km². 5위는 배핀 섬(Baffin Island), 약 507,451km².
그 다음으로 수마트라(Sumatra), 혼슈(Honshu), 빅토리아 섬(Victoria Island), 그레이트브리튼(Great Britain), 엘즈미어 섬(Ellesmere Island) 순이에요.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요. 이 목록에 한국 섬이 없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크다'고 느끼는 제주도(약 1,849km²)가 세계 기준으로 보면 정말 작다는 거예요. 부산 사람들한테는 제주도가 엄청 '큰 섬'의 상징인데.
## 부산 로컬이 실제로 가는 섬 이야기
이제 진짜 부산 이야기 해볼게요.
부산 사람들이 섬 하면 먼저 떠올리는 건 사실 오륙도예요. 관광객들이 광안대교나 해운대에 몰려있는 동안, 로컬들은 이기대 공원 끝에서 오륙도를 그냥 멍하니 바라보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입장료 없음. 주차는 이기대어울마당 주차장 (소형 기준 1시간 1,000원 정도). 거기서 걸어서 40분쯤 내려가면 바다 전망이 진짜예요.
참, 가덕도도 빠질 수 없죠.
가덕도는 행정구역상 강서구에 속하는 부산의 섬인데, 2029년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라 요즘 부산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됐어요. 저도 부산 친구들이랑 가덕도 대항마을에 가서 숭어 회 먹은 적 있는데, 그때 숭어회 한 접시에 35,000원이었고 뷰는 공짜였어요. 근데 솔직히 가덕도는 관광지라기보다 동네 느낌이 강해서, 너무 기대하고 가면 좀 당황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제주도.
부산에서 제주 가는 배 타면 약 12시간 걸리는데, 비행기 타면 55분이에요. 부산 사람들은 제주를 '섬'이라는 특별한 느낌보다는 그냥 '좀 멀리 있는 동네' 느낌으로 자주 가요. 뭐랄까, 서울 사람들한테 제주가 대단한 여행지면, 부산 사람한테 제주는 '그냥 주말에도 갈 수 있는 데'에 가까운 느낌?
## 세계 최대 섬들과 부산의 연결고리
아까 언급한 보르네오 섬 이야기 좀 더 할게요.
저 도쿄 콘서트 투어도 다녀오고, 방콕도 다녀왔는데, 방콕 스완나품 공항 환승 때 게이트에서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 안내 표지를 봤을 때 이상하게 설레더라고요. 세계 3위 크기 섬인 보르네오. 그린란드나 뉴기니는 여행이 쉽지 않지만, 보르네오 코타키나발루는 부산에서 직항으로 약 4시간 30분 거리예요 (에어부산 운항 여부 확인 필요, 시즌별로 다를 수 있음). 부산 사람들이 가기에 의외로 접근성이 좋은 '세계 3위 섬'인 거죠.
그리고 혼슈(本州). 일본 혼슈는 세계 7위 크기 섬이에요. 면적 약 227,960km². 부산에서 후쿠오카(하카타)까지 고속선으로 약 3시간이고, 후쿠오카 있는 규슈 섬을 건너서 간몬 해협 넘으면 바로 혼슈예요. 부산이랑 세계 7위 섬이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서 표 끊으면 16,000원대 (시기에 따라 다름, 확인 필요)부터 혼슈를 향한 여정이 시작되는 거예요.
## 피해야 할 것들 (솔직하게)
이제 좀 현실적인 이야기.
세계 최대 섬 관련해서 검색하다 보면 '그린란드 여행 패키지' 광고들이 막 뜨는데요. 가격대 보면 1인당 최소 500만 원~700만 원 선이에요 (항공 포함, 아마 그 정도일 거예요 확인 필요). 근데 그린란드는 인프라가 워낙 불안정하고 날씨가 극단적이라서, 준비 없이 '세계 1위 섬이니까 가보자'는 마음으로 덥석 예약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뉴기니(파푸아뉴기니 쪽)도 마찬가지예요. 치안 문제가 실제로 있어서 개인 여행보다는 전문 투어 프로그램을 통하는 게 낫고, 그것도 경험 많은 분들 동행 권장이에요. 뭔가 '세계 2위 섬'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무턱대고 가는 건... 저도 아직 엄두가 안 나요.
그리고 부산 관점에서 피해야 할 것.
부산 여행 왔다가 가덕도 방문하려는 분들한테 드리는 말씀인데, 네이버 지도에 '가덕도'라고 검색하면 식당 정보가 많이 안 떠요. 현지에서 아는 사람 없으면 솔직히 많이 헤매요. 외가가 강서구라서 저는 어느 정도 알지만, 처음 가는 분들은 가덕도 어항 (천가동 쪽) 근처 식당에서 그냥 그날그날 잡히는 생선 물어보는 게 최선이에요. 가격은 그날 생선 상황 따라 다르고요.
## 회 먹으면서 생각한 섬의 의미
결국 제가 이 모든 걸 처음 생각하게 된 날, 을숙도 카페에서 돌아오면서 광안리에 들렀어요.
광안리 횟집 골목에서 광어 회 한 접시 (소 기준 45,000원, 그날 기준이라 지금은 다를 수 있어요) 시켜놓고 혼자 앉아서 든 생각. 세계에서 가장 큰 섬에 사는 사람들도 이렇게 회 먹으면서 살겠지? 아마 그린란드 사람들은 청어나 대구로 비슷한 뭔가를 하겠지 (이누이트 음식 문화 참고, 자세한 건 추가 조사 필요). 뭐, 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다 비슷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섬이 크든 작든, 결국 그 섬에서 먹는 밥 한 끼가 그 섬을 이해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어디가 떠오르나요? 저는 이제 그린란드보다 보르네오가 더 먼저 떠오르는데, 그게 부산에서 더 가까운 섬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방콕 게이트 표지판 때문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