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봤을 때 포토샵인 줄 알았어요. 인스타에서 스크롤하다 멈춘 그 순간, 완전히 채도 조절한 이미지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서호주 에스퍼런스(Esperance) 인근, 미들 아일랜드(Middle Island)에 위치한 힐리어 호수(Lake Hillier)는 실제로 저 분홍색입니다. Dunaliella salina라는 조류(藻類)와 특정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색소 때문인데, 뭐랄까, 자연이 스스로 필터를 적용한 것 같달까요. 호수 면적은 약 600m x 250m. 작아요. 서울 어딘가의 공원 호수 정도 크기인데, 그 작은 물이 저렇게 선명하게 분홍빛을 띤다는 게 저는 아직도 완전히 납득이 안 됩니다(납득이 되면 이미 여행의 매력이 반은 사라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 기사는 서울, 정확히는 용산 해방촌 기준으로 출발해서 힐리어 호수까지 가는 하루 여정을 정리한 거예요. 아, 물론 '하루'는 현지에서의 하루고, 서울에서 에스퍼런스까지는 최소 이틀이 걸립니다. 그 이동 과정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할게요.

출발 전날 밤: 인천공항까지 가는 현실
해방촌에서 인천공항까지. 이게 은근히 체력 소모예요.

공항철도 서울역 직통으로 가면 43분. 서울역까지 6호선 타고 녹사평에서 환승하거나, 버스 타고 서울역 직행하거나. 저는 보통 새벽 비행기면 전날 밤에 공항 근처에서 자는 편인데, 이번 루트는 인천공항 내 캡슐호텔 쓰는 걸 추천해요(1박 약 60,000원~80,000원, 사전 예약 필수).
서울에서 에스퍼런스까지 직항은 없어요. 대부분 인천→퍼스(Perth) → 에스퍼런스 루트입니다. 퍼스까지 약 9시간, 퍼스에서 에스퍼런스까지 국내선으로 약 2시간이에요(또는 차로 7시간인데, 그건 좀 무리죠). 아마 퍼스에서 에스퍼런스 노선은 Qantas Link나 Rex Airlines가 운항할 거예요, 확인 필요.

항공권 예산: 인천-퍼스 왕복 기준 최소 700,000원대(프로모션 시즌), 퍼스-에스퍼런스 왕복 200,000원 내외. 변동 폭이 크니까 스카이스캐너로 2~3개월 전부터 눈 여겨보세요.
현지 D-day 아침: 에스퍼런스에서 06:30 기상

06:30. 알람 소리.
에스퍼런스는 작은 해안 마을이에요. 인구 약 13,000명 수준이라, 서울에서 온 사람 눈에는 엄청나게 조용하게 느껴질 거예요. 근데 그게 오히려 힐리어를 보러 가기 전의 세팅으로는 완벽하달까요.
07:15. 숙소 근처 카페에서 아침.
에스퍼런스 타운 내 카페 몇 곳이 07:00부터 열어요. 플랫화이트 한 잔에 AUD 5~6(약 4,500원~5,400원). 서울 카페 가격이랑 비교하면 솔직히 저렴한 편은 아닌데, 분위기가 달라요. 뭐랄까, 아무도 맥북 켜고 작업 안 하고 있어요. 다들 그냥 창밖 바다 보면서 커피만 마시고 있거든요. 저는 그게 좀 낯설었어요(좋은 의미로).
오전: 비행기 타고 호수 위를 날아야 한다는 것
09:00. 미들 아일랜드 유람 비행 탑승.
이게 핵심이에요. 힐리어 호수는 섬 위에 있고, 일반 관광객이 섬에 직접 상륙하는 건 현재(2024년 기준) 제한이 있어요. 환경 보호 때문인데, 그래서 대부분의 방문자는 경비행기 투어나 헬리콥터 투어로 하늘에서 봅니다.
에스퍼런스 공항에서 출발하는 경비행기 투어는 약 45분~1시간 코스. 미들 아일랜드 상공을 선회하면서 힐리어 호수를 내려다보는 방식이에요. 요금은 1인당 AUD 250~350(약 225,000원~315,000원). 비싸죠. 그치만 이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후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09:47쯤 호수 위를 처음 지날 때. 그게 진짜 분홍이더라고요.
창문 유리 너머로 봤는데도 색이 선명했어요. 옆에 짙푸른 인도양이랑 대비되는 그 장면은, 솔직히 제가 본 풍경 중에 가장 비현실적인 것 중 하나였어요. 카메라 들고 찍었는데도 '이게 내가 진짜 보고 있는 건가' 싶었거든요. 아이폰 카메라가 색을 살짝 과장한다고 해도, 이건 과장이 아니에요.
투어 예약은 사전 온라인 예약 필수. 현장 당일 예약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돼요. Esperance Air 또는 현지 투어 업체 검색해서 2주 전에는 잡아두세요.
점심: 에스퍼런스로 돌아와서
12:00. 투어 종료 후 에스퍼런스 타운으로 복귀.
점심은 해산물이에요. 에스퍼런스는 특히 가재(Marron) 요리와 생선 앤 칩스로 알려져 있어요. 타운 내 피시 앤 칩스 가게에서 1인분 AUD 15~20(약 13,500원~18,000원). 야외 테이블에서 에스퍼런스 베이 바라보면서 먹는 거니까, 뷰 값이 포함된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납득 됩니다.
참, 에스퍼런스 베이의 그 물 색깔도 좀 비현실적이에요. 힐리어가 분홍이라면 여기 바다는 말도 안 되게 투명한 에메랄드. 같은 날 이 두 가지 색을 다 보는 거니까, 색각 과부하 주의(농담이지만 진심이기도 해요).
오후: 타닌(Tanin) 해변 산책과 카이리니 전망대
13:30. 포인트 앤 루트 드라이브.
렌터카가 있다면 에스퍼런스 주변 해안 드라이브를 해볼 만해요. 케이프르그랑 국립공원(Cape Le Grand National Park)까지 약 56km, 차로 40분 거리. 럭키 베이(Lucky Bay)에는 진짜 캥거루가 해변에 나와 있어요. 서울에서 온 제 눈에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장면인데, 현지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요(익숙함의 차이가 이렇게 극단적일 수가).
15:00쯤 럭키 베이 도착.
흰 모래사장에 발 담그고 앉아 있으면, 아까 비행기에서 본 분홍 호수가 같은 날 같은 나라 맞나 싶어요.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팔레트를 쓰는지, 이날 에스퍼런스에서 제대로 실감했어요.
저녁: 작은 마을의 조용한 마무리
18:00. 에스퍼런스 타운으로 귀환.
저녁은 타운 내 레스토랑에서. AUD 30~50(약 27,000원~45,000원) 수준의 메뉴들이 주를 이루고, 와인 한 잔 추가하면 AUD 60~70 내외. 한국 식당은 없어요(예상했겠지만). 뭐랄까, 완전히 호주 해안 마을 모드로 리셋되는 저녁이에요.
석양이 일찍 지는 계절엔 19:00쯤에 하늘이 오렌지빛으로 물들어요. 분홍 호수 보고 오렌지 하늘까지 보면, 색으로 하루를 꽉 채운 느낌이랄까요.
예산 정리 (1인, 서울 출발 기준)
| 항목 | 예상 비용 | |---|---| | 인천-퍼스 왕복 항공 | 700,000원~ | | 퍼스-에스퍼런스 왕복 | 200,000원~ | | 에스퍼런스 숙박 1박 | 80,000원~150,000원 | | 힐리어 경비행기 투어 | 225,000원~315,000원 | | 렌터카 1일 | 60,000원~90,000원 | | 식비 (하루) | 50,000원~80,000원 | | **총합 (최소 추정)** | **약 1,315,000원~** |
예산이 꽤 크죠. 이건 '동남아 배낭여행' 급이 아니에요. 그치만 하늘에서 분홍 호수를 직접 내려다보는 경험의 단가를 어떻게 매겨야 할지, 저는 솔직히 모르겠어요.
실용 팁 (서울 출발자를 위한)
**비자:** 한국 여권 소지자는 호주 ETA(전자여행허가) 필요. 앱으로 신청, 약 AUD 20(약 18,000원), 아마 즉시 승인될 거예요, 확인 필요.
**최적 방문 시기:** 호주 봄~초여름(10월~12월). 서울이 추워질 때 거기는 따뜻해지니까 타이밍이 나쁘지 않아요.
**카메라:** 광각 렌즈 챙기세요. 경비행기 창문이 작아서 넓은 구도 잡기 까다로워요. 창문 반사 줄이려면 CPL 필터 유용해요.
**언어:** 영어만 돼요. 에스퍼런스에서 한국어 통하는 곳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데이터:** 호주 현지 유심은 퍼스 공항에서 구매하는 게 제일 편해요. Optus나 Telstra 유심, AUD 30~40(약 27,000원~36,000원).
에스퍼런스는 관광 인프라가 잘 정비된 도시가 아니에요. 한국의 '관광지' 기준으로 접근하면 당황할 수도 있어요. 편의점도 드물고, 카카오맵은 당연히 안 되고, Google Maps도 에스퍼런스 외곽에선 신호 끊기는 구간 있어요. 근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여행의 질감이에요.
분홍 호수를 보고 나서 당신은 무엇이 바뀔 것 같나요? 아니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게 정상일까요?
